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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인터뷰]참 좋은, 진구
2017. 04. 12| 0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오랜만이네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배우 진구(37)가 인사를 건넸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1년 동안 꽤 자주 만났다. KBS 2TV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MBC '불야성'까지, 쉼 없이 달리는 그를 지켜봤다. 사담 한 번 나눈 적 없건만, 꽤 눈썰미가 좋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제작 미인픽쳐스, 곽픽쳐스) 개봉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진구는 여전했다. 한발 늦게 들어온 취재진을 위해 손수 자리를 마련해주는 매너는 물론이요, 방어적이지 않은 진솔하고 유쾌한 화법까지 그대로였다. 매번 만날 때마다 '좋은 사람'이란 확신이 짙어진다. 가장 그럴듯한 모습만 보여야 하는 자리임을 감안해도 그렇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선한 에너지가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 "인기, 언젠가는 빠질 거품 아닐까요"

'원라인'은 진구의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작업 대출계의 베테랑 장 과장 역을 맡았다. 그 사이 꽤 엄청난 일들이 있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의 후예'다. 평균 시청률 28.6%(닐슨 전국), 최고 시청률 38.8%란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한 괴물 같은 작품이다. 극 중 진구는 우직한 로맨틱 가이 서대영 상사를 연기했다. 능청스럽지만 속 깊은 군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라니, 사랑할 수밖에 없다. 결국 '태양의 후예'는 그에게 또 다른 스포트라이트를 가져다줬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원라인'을 위해 만난 진구는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기대도 걱정도 전혀 없다"는 그다. "오래간만에 개봉해서 그런지 좋더라. 영화 개봉은 배우들에겐 항상 설레는 일이다. '연평해전'(2015)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아주 오랫동안 영화를 쉰 기분이었다. 오락적인 영화를 기대하고 재미있게 찍었다. 생각보단 진지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사실 '원라인'은 그의 인생의 드라마틱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태양의 후예' 그리스 촬영 중 대본을 받았고, 완성된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원라인' 촬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촬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대영 상사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진구는 "중반부까지는 '태양의 후예'가 뚜껑이 열리기 전이다. 극 중 장 과장이 잠시 잠수를 타지 않느냐. 그동안 드라마가 방송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 후의 모습을 보면 조금 더 샤프해져 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얼굴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미지 원본보기KBS2 '태양의 후예' 스틸 / NEW 제공
"그게 1년 전의 일이다. 이젠 거품이 빠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 그걸 유지하는 게 우리들의 일이긴 하다. 그래도 아무리 애써도 천천히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진구는 인터뷰 내내 달관한 듯한 태도로 담담하게 지나온 시간과 인기에 대해 말했다. 아마도 이건 수많은 굴곡을 겪은 뒤 생긴 내성, 혹은 삶의 지혜 같은 것일 테다. 

"'태양의 후예' 전 내게 인기작은 없었다. '쎄씨봉'(2015)에 함께 출연한 정우와 자주 연락을 한다. 대화 내용은 육아나 결혼생활 등이 대부분이다. 꽤 시시껄렁하다. 정우 역시 '응답하라 1994'(2013)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태양의 후예'가 잘 되고 난 뒤 둘이서 인기는 거품이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최근에는 뭐…둘 다 거품이 빠졌으니 열심히 비비자는 이야기를 했지.(웃음)"

◆ "의리파? 사랑받기 위해 먼저 사랑했을 뿐"

그러고 보면 '원라인'의 장 과장은 실제 진구와도 많이 닮았다. 얼굴 위로 빙글빙글 맴도는 장난기 있는 미소, 여유로운 말투 등이 그렇다. 게다가 장 과장은 자신의 사기행각을 어려운 이를 돕는 '잡(Job)'이라 여기며, 최소한 사람의 도리는 저버리지 않는 인물이 아니던가. "약자들이 챙기기가 좋다. 강한 쪽은 아무리 챙겨줘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라고 힘줘 말하는 진구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계산기를 두드려 영악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모자란 취급을 받는 시대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업계에서 살아가는 배우에게 이런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은 대사를 듣게 되다니. 하지만 진구는 정말 진심이다. 새삼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미담들이 떠올랐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늘 진구를 '의리파'라 칭하곤 한다.

"그건 의리도 아니고 미담도 아니다. 내가 사랑받기 위해 먼저 사랑을 한 거다.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내가 술을 2~3번 사줘야 한 번 얻어먹는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가끔 그런 걸 기억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고맙다. 예전에 내가 술을 사줬던 막내 스태프가 이젠 감독이 되었다던가, 자기 분야에서 일인자가 돼 있는 걸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 듣기에 그들이 나와 있었던 추억들을 잊지 않고 널리 널리 퍼뜨리고 있다더라.(웃음) 그래서 내일이 기다려진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구나. 더 이렇게 지내야겠다' 싶거든. 의도한 건 아닌데 이제 약간 전략적이게 됐다."

이미지 원본보기배우 진구 / NEW 제공
'원라인'은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돈에 대한 영화다. 이쯤에서 짓궂은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다. "장 과장처럼 돈이 많다면 뭘 할 건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딱히 할 게 없다"란다. 성에 차지 않는 답이라 갸우뚱하던 찰나, "갖고 싶은 걸 다 가졌다"란 말이 이어서 돌아온다.

"총각 때는 눈 뜨면 술 먹고 연기하고 잤다. 그거 밖에 안 했다. 지금은 아이나 아내,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오늘 난 어떻게 살았나'란 생각을 한다. 그전에는 매일매일이 똑같았다. 하지만 이젠 늘 다르다. 항상 남에게 뭔가를 해주는 하루를 살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결혼 후 삶이 좀 더 풍성해졌다."

늘 '결혼은 감옥'이란 기혼남녀의 하소연(?)을 농담처럼 들었건만. 아내와 가정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진구의 말은 그래서 낯설고, 또한 반갑다. 그는 "그간 내가 '남자' '수컷'으로 대표되는 배역을 많이 맡았지만, 실제로는 좀 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편이다. 남자라기보단 그냥 사람이 가깝다.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긴 그렇지만, 여러분이 나를 알아가기엔 인터뷰 시간이 한정돼 있지 않나"라며 유머러스하게 자기 PR을 했다. 

"데뷔작 SBS '올인'(2003)으로 주목받은 뒤 그 거품이 빠지는데 보름이 걸리더라. 인기를 얻기 위해 본 오디션은 늘 떨어졌다. 마음을 비우고 도전한 게 '비열한 거리'다. 거의 80번째 오디션이었다. 그걸로 잘 돼서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것 같다. 물론 '태양의 후예' 같은 흥행작은 또 만나고 싶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항상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단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너무 포괄적인가? 하지만 진심이다. 지금보다 내공이 조금 더 쌓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배역은 저래도)쟤 속마음은 따스하니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살인마나 배신자 역을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아이들도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이미지 원본보기배우 진구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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